명나라 F4 중 두번째. 세종 "family" 가정제(1521-1567)

<강민철의 역사스페셜 명나라 F4황제 2탄 세종 가정제 주후조 재위 1521~1567>

오늘은 강호동 닮은 꼴로 한 때 잠시나마 인터넷에 등장했던 가정제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전임 황제 정덕제가 혼자놀기에 열중해 나랏일을 시원하게 말아먹은 덕분에 명나라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북쪽의 몽골, 남쪽의 왜구 즉, '북로남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가정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단지 나이가 많아서 황제가 되었습니다. 당시 그의 나이 15세에 있던 일입니다.(?!)

정덕제가 즉위 직후에는 괜찮은 정치를 펼친 것과 같이 가정제 역시 즉위 후 양정화라는 대신의 건의를 받아들여 측근을 없애고 개혁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가 삐뚤어지게 되는 계기는 마치 조선의 '예송논쟁'과 같은 '대례의 의'가 발생하면서 부터입니다. 조선과 명 둘 다 유교국가이다 보니 예법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가정제는 정덕제의 아들이 아니라 사촌이었고, 황제가 된 가정제의 아버지를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양정화는 예법에 따라 효종을 양부로 삼고 가정제의 아버지를 황숙부로 삼아 넘어가자라고 주장했으나, 가정제가 내가 황제면! 내 아빠도 황제여야하지! @#$!# 하면서 이를 무시했고, 양정화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즉위 직후의 모습은 사라지고... 개판이 시작됩니다.

전편에도 언급했듯이, 중국사에서 망국의 필수요소인 환관이 재등장합니다. 가정제는 환관들의 소개로 도교에 심취했고, 스스로를 신선이라 칭했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문제지만 이후는 더 가관입니다. 생리혈과 아침이슬을 통해 불로불사를 얻겠다면서 궁 안에 있는 궁녀들을 학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학대가 심했으면 궁녀 한 명이 가정제의 목을 졸라 죽이려 했으나 다행스럽게(?) 황후덕분에 그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중요한건 나중에 황후는 이순간을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가정제는 타이틀에 걸맞게 참으로 스펙타클한 가정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평소에 황후가 자신의 애첩들을 과하게 시기했는데, 가정제는 이를 그냥 넘어가는 쿨함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황후궁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를 방관하고, 황후가 불타죽게 내버려뒀습니다.. 은혜를 원수로 갚은 셈이죠.

가정제는 도교의 제사글을 잘 쓰는 사람들을 대신으로 승격시키고 곁에 두었습니다.  즉, 무능력한데 사바사바 잘하고 글 잘쓰면 대신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권신세력되어 나라를 말아먹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죠.

이러한 괴기한 정치에 대항한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는 바로 해서라는 인물입니다. 그는 "황제 폐하께서는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려는 마음이 없습니다. 백성들은 폐하의 연호인 도타울 가(嘉), 아름다울 정(靖)을 집 가(家)에 깨끗할 정(淨)이라고 바꿔 부르며가정라고 하면서 폐하를 원망합니다." 라고 대놓고 가정제를 디스합니다.(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나라가 무너지고 ...). 그 결과는 바로 반성과 참회가 아닌 사형선고였습니다..후샏

가정제는 살려달라고 울고불고 할 것을 기대했는데, 해서가 목을 씻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으니 분위기가 안 살았는지.. 그냥 감옥에 넣어버립니다. 이를 '해서파관'입니다.

도교에 심취에 온갖 중금속을 쳐먹음에도 불구하고 가정제는 장수했습니다. 하늘이 빨리 죽어야 할 놈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지 못한 것이거나 도교가 리얼이던가 둘 중 하나겠죠. 가정제의 죽음과 함께 명의 재정난은 표면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가정제 말년에는 북로남왜가 심화되어 경술의 변(몽골의 알탄 칸이 베이징을 포위한 사건)이 일어났고 혼란을 겪었습니다. 더해서 1566년엔 산시 대지진이 터져버렸습니다.

근데 왜 이 인간이 세종으로 추존되는가? 그가 황제가 된 이유가 단지 나이가 많아서 인 것처럼, 그냥 황통을 가정제가 새로 이었고(이후 황제들이 폭망), 북로남왜를 잠시나마 물리쳤기 때문에.. 세종이라는 과한 칭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절대 가정제가 완벽해서 그런 것은 아니란 걸 알아두시길 바랍니다.